지난해 초 겨울, 강원도 인제의 한 야산에서 사분의자리 유성우를 관측했습니다. 영하 15도에 손가락이 얼어붙었어도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유성들을 보느라 한 시간을 버텼죠. 그때 깨달은 건 천문 현상은 알고 준비하면 놓치지 않는다는 것. 2026년에도 놓치면 아쉬운 이벤트가 많습니다. 직접 관측하며 검증한 정보 위주로 월별 캘린더를 정리했습니다.
천문 현상 관측에서 날씨는 절대적입니다. 2025년 8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보러 갔다가 구름 때문에 하얀 것만 보고 온 적도 있어요.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대체 장소까지 생각해두세요.
1월: 사분의자리 유성우
2025년 1월 4일 새벽 직접 관측했을 때 시간당 약 15개의 유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달이 없는 새벽 2~4시가 최고였고 동쪽 하늘에서 짧고 빠른 유성들이 연달아 떨어졌습니다. 2026년도 1월 3~4일경 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천체는 소행성 2003 EH1입니다. 혜성이 아닌 소행성에서 비롯된 유성우라 특이하죠. 초속 41km로 대기에 돌입해 짧고 밝은 잔적을 남깁니다. 한겨울 새벽 추위가 부담스럽다면 차를 세워두고 창문을 열고 관측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2월: 금성 최대 이탈
2월 중순 일몰 직후 서쪽 하늘에서 금성이 눈부시게 빛납니다. 작년에 옥상에서 쌍안경으로 금성을 봤더니 반달 모양의 위상이 보이더라고요. 50mm 쌍안경만 있어도 위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몰 후 2~3시간 관측 가능해 퇴근길에도 볼 수 있습니다.
4월: 행성의 춤
2026년 4월은 행성 관측이 풍성한 달입니다. 4월 13일 화성이 해왕성과 4월 20일 토성이 화성과 0.1도 이내로 접근합니다. 소형 망원경으로 두 행성이 한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죠. 4월 하순에는 수성이 서쪽 최대 이탈을 맞아 일몰 직후 서쪽 지평선에서 수성을 육안으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수성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많은 행성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하죠. 지평선이 트인 서해안이나 강가가 유리합니다.
5월: 물병자리 η 유성우
5월 5~6일경 물병자리 η 유성우가 최대를 맞습니다. 시간당 40~50개로 남쪽 하늘에서 관측됩니다. 해 뜨기 전 동남쪽 하늘을 보세요. 달이 밝으면 관측 조건이 나빠지니 달이 지거나 뜨기 전 시간대를 노려야 합니다.
이 유성우는 핼리 혜성(1P/Halley)이 남긴 먼지에서 비롯됩니다. 핼리 혜성은 2061년에나 다시 돌아오지만 그 먼지는 매년 두 차례 지구와 만나죠. 예측이 까다롭지만 갑작스러운 활동량 급증이 보고되기도 하니 일단 나가보는 게 낫습니다.
6월: 금성-목성 대접근
6월 9일경 금성과 목성이 1도 이내로 접근합니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가릴 수 있는 거리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두 행성이 나란히 뜨는 장면은 사진 촬영에 완벽한 순간입니다. 2025년 비슷한 접근을 관측했을 때 도시 전망대에서도 두 행성이 확연히 구분됐습니다.
소형 망원경으로 금성의 위상과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8월: 페르세우스 유성우
가장 유명한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8월 12~13일경 최대를 맞습니다. 2024년 강원도 산골에서 관측했을 때 새벽 1~3시 시간당 60~70개를 세었습니다. 불덩이급 유성이 하늘을 갈랐을 때의 감동은 말로 다 못 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복사점(페르세우스자리 감마 부근) 바로 위가 아니라 약간 옆을 바라보는 게 더 많은 유성을 포착하는 비결입니다. 시야를 한 곳에 고정하면 주변 시야로 유성을 잡아냅니다. 스마트폰 화면은 야간 시력의 적이니 밝기를 최저로 낮추세요.
10월: 오리온자리 유성우
10월 21~22일경 최대를 맞는 오리온자리 유성우는 시간당 20~25개 수준입니다. 핼리 혜성의 먼지 궤도를 지구가 통과하면서 발생하죠. 빠르고 밝은 유성이 많고 때로 불덩이급 유성이 출현합니다. 중층 의류와 따뜻한 보온병은 필수입니다.
12월: 쌍둥이자리 유성우
12월 13~14일경 최대를 맞는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2026년 하이라이트입니다. 시간당 120개 이상이 기대되며 초속 35km로 비교적 느려서 눈에 오래 머무릅니다. 노랑, 초록, 파랑 색채를 띠는 유성도 많습니다.
모천체가 소행성 3200 파에톤(Phaethon)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혜성이 아닌 소행성을 모천체로 둔 유성우 중 가장 활발하죠. 방수 패딩, 보온 모자, 장갑, 발용 핫팩, 보온병을 챙기세요.
2026년 일식·월식 일정
- 2월 17일: 부분 일식 (남극, 대서양 일부)
- 8월 12~13일: 개기 일식 (북미, 유럽 일부)
- 3월 3일: 전체 월식 (아시아, 호주, 태평양)
한국에서는 3월 3일 전체 월식이 기대됩니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면 붉게 물드는 블러드 문을 볼 수 있죠. 월식은 맨눈으로 안전하고 쌍안경으로 보면 더 아름답습니다. 2025년 9월 월식을 쌍안경으로 봤는데 달 크레이터가 붉은빛에 물든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식 관측 시 눈 보호가 절대적입니다. 전용 일식 관측용 선글라스(Baader 태양 필름)나 ND 필터를 사용하세요. 일반 선글라스로는 절대 안 됩니다.
관측 준비 체크리스트
1년간 관측하며 느낀 건 장비보다 장소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lightpollutionmap.info에서 주변 어두운 곳을 미리 찾아두세요.
- 광해 지도(lightpollutionmap.info)로 관측지 사전 조사
- 당일 및 전날 일기예보 확인
- 적색 LED 라이트 (야간 시력 보호용)
- 야전침대나 관측의자
-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사이트 확인
관측 노트에 날짜, 기상 조건, 장비, 인상 깊었던 순간을 적어두면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