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매일 밤 사진으로 찍어보면 모양이 조금씩 바뀌는 게 보입니다. 한 달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달을 촬영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달의 위상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책에서 읽는 것과 직접 관찰하는 건 차이가 큽니다.
고대 문명은 달의 위상 변화로 달력을 만들고 농사 날짜를 정했죠. 오늘날에도 음력, 이슬람력 등 많은 문화에서 달의 주기가 중요합니다. 달의 위상을 이해하면 하늘의 움직임을 읽는 첫걸음을 뗀 겁니다.
위상이 생기는 원리
달은 태양 빛을 반사해서 빛납니다. 달은 항상 태양을 향하는 쪽 절반만 밝하죠. 지구에서 달을 볼 때 이 밝은 절반이 얼마나 보이느냐가 위상을 결정합니다. 태양-지구-달의 위치 관계에 따라 보름달도 되고 그믐달도 됩니다.
종이와 손전등으로 재현해 보면 금방 이해됩니다. 탁구공을 달로 손전등을 태양으로, 본인의 머리를 지구로 설정하면 되죠. 어린이 천문 교육에도 이 방법이 쓰입니다.
8단계 위상 순환
그믐달 (New Moon)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있을 때 밝은 면이 지구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밤하늘에서 달이 안 보이는 날이죠. 이때는 심원천체나 유성우 관측에 최적입니다. 하늘이 가장 어두우니까요. 그믐달 전후 일주일은 관측의 황금기로 불립니다.
초승달 (Waxing Crescent)
그믐달이 지나면 달의 오른쪽이 얇게 밝아집니다. 해 진 직후 서쪽 하늘에서 잠깐 보이죠. 이때 지구 반사광(earthshine)이라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달의 어두운 부분이 지구에서 반사된 빛을 다시 반사해서 희미하게 빛나는 현상입니다. 새달이 늙은 달의 팔에 안긴 모습이라는 옛 표현이 있죠.
상현달 (First Quarter)
달의 오른쪽 절반이 밝게 보일 때를 상현달이라 합니다. 오후부터 밤까지 보이죠. 이 시기가 달 표면 관측에 가장 좋습니다. 태양 빛이 달 표면에 비스듬히 비치는 분리선(terminator) 부근에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크레이터와 산맥의 입체감이 극대화됩니다.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나 플라토 크레이터를 망원경으로 보면 마치 달 표면을 걷는 듯한 사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면 놀랍습니다.
차오르는 보름달 (Waxing Gibbous)
상현달 이후 달이 점점 커집니다. 오른쪽 대부분이 밝게 보이죠.
보름달 (Full Moon)
달의 전체가 밝게 보입니다. 해 질 때 뜨고 해 뜰 때 집니다. 보름달은 사진 촬영에 인기 있지만 관측 관점에서는 의외로 최적이 아닙니다. 정면에서 태양 빛을 받아 그림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크레이터보다 평평한 평야가 부각되어 입체감이 줄어듭니다.
보름달의 광량은 매우 풍부해서 망원경으로 보면 눈부실 정도입니다. 달 필터(ND 필터)를 사용하면 눈의 피로를 줄이고 표면의 미세한 색차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현달 (Last Quarter)
달의 왼쪽 절반이 밝게 보입니다. 밤 12시경 떠서 아침까지 보이죠. 이때도 분리선 근처의 크레이터 관측이 좋습니다. 상현달 때와 다른 크레이터들이 분리선에 나타납니다.
기우는 그믐달 (Waning Crescent)
마지막 반달 이후 달의 왼쪽 일부만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믐달이 돌아오죠.
달의 위상과 실생활
달의 위상에 따라 밤하늘의 밝기가 달라집니다. 보름달이 뜨면 별 관측이 어려워지죠. 반대로 그믐달 때는 은하수나 심원천체 관측의 최적기입니다.
조수 간만의 차이도 달의 위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름달과 그믐달 때는 태양과 달의 중력이 합쳐져 조석 차가 가장 큽니다. 이걸 대조(spring tide)라고 합니다. 상현달과 하현달 때는 조석 차가 작아지죠.
달의 위상은 약 29.5일마다 순환합니다. 매일 밤 달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보면 한 달 만에 위상의 전체 주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관측 일지에 달 모양을 스케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